저금리 시대 끝나자 집값 상승세 약화
2020년 초반부터 시작된 COVID-19 유행 속에,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당기간에 걸쳐 세계 각국은 재정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 주도로 시중에 유동성을 대폭 방출하였다. 그 일환으로 우리정부도 재난지원금ᆞ정책자금 긴급대출을 시행하였고 한국은행도 상당기간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어 왔고 이에 따라 주택대출금리도 2%대 중반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2020년11월 이후 주택대출금리가, 2021년7월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최근에 전자가 4.79%(저점 대비 약2배), 후자는 3%(저점 대비 +2.5%p)로 높아져 주택구입자금 대출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급속한 금리 상승에 근년에 영끌로 주택을 매수한 젊은 세대가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따라 상승세로 전환된 집값은 꾸준히 상승하다가 2020년 COVID-19 위기 속 시행된 파격적 재정, 금융 완화에 힘입어 2021년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이후 금리가 상승국면으로 전환함에 따라 집값은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하고 최근에는 하락세로 전환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주택종합가격지수가 2022년8월부터 하락세로 바뀌었다.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보다 훨씬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고 한다.*
(* 이코노미스트, ‘벼랑 끝 영끌족, 금리인상 집값하락에 망연자실’, 2022.10.20.)
저금리→집값상승ᆞ고금리→집값하락, 옳은 말일까?
COVID-19 위기를 전후하여 한국의 집값 변화를 보면 금리가 낮을 때 집값이 올랐고 금리가 높아지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길게 한국이나 미국의 주택가격 결정요인을 분석해보면, 소득과의 상관성은 높지만 금리와의 상관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본 강의 시리즈 ‘08. 주거용부동산의 가격형성 원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집값은 근원적으로 희소성(Needs 대비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금리 수준을 의미 있는 결정 요소라 보기 어렵다.
(** 참고 : 필자 글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질까?’ 2022.03.04. finejade.tistory.com/40)
과거 추세를 살펴보면, 금리 상승기에 집값이 오르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금리하락기(아래 그림의 녹색 부분)에도 집값이 내린 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금리 수준이나 변동 방향으로써 집값의 향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다른 각도에서 한국의 집값이 크게 하락한 시기를 살펴보면 ① 1987년 시작한 제1기 신도시 입주시기, ②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 시절, ③ 2008년 시작된 세계금융위기 시절 ④ 2011∼2014년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대규모 공급 시기 등과 겹친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 한국의 집값은 대형 경제위기가 오거나 대규모 주택공급이 있을 때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미국이 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해 무작정 과도하게 풀었던 유동성은 초기에 경제 붕괴를 막기는 했으나, 2021년부터 물가를 자극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역사상 보기 힘든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석유, 가스 등 필수 원자재의 물류를 저해하여 미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나라의 경기를 침체에 빠트렸다.
미국은 자국의 물가 안정을 위해, 역사상 보기 드물게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한국도 이를 따라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준금리의 인상은 미국에서 모기지금리를 밀어 올리고, 한국에서는 주택대출금리를 밀어 올렸다.
주택 관련 금리가 짧은 기간에 약 2배 내외로 오르자 2022년 중반 이후 집값 상승세가 꺾이거나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경우에 높은 금리 때문에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일이 벌어질까?
이번 금리급등 사태를 대형위기로 볼 수 있을까?
짧은 기간에 미국 금리가 급등한 것이 전 세계로 파급되어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로 말미암아 경제위기에 몰린 나라가 아직 많지 않다. 스리랑카, 잠비아 등이 디폴트를 선언했고,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 국가들은 이번 금리 급등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사실상 채무이행 불능 상태에 들어 있었다. 즉 아직 세계적 대형 경제위기로 전이될지 여부를 아직 알 수는 없다.
다시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한국의 경제 체질이나 금융시스템을 감안할 때 이번에 대형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형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한국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집값을 장기간에 걸쳐 하락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반대로 금리가 꼭지(pivot point)를 찍고 하락 추세로 전환된다고 해도 집값이 바로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과도한 집값 상승은 시장기능을 통해 정상화된다
다만 지금의 집값 수준은 장기추세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각 시기의 주택 매매가격지수와 그 장기추세치 간의 이격률(이격값/장기추세치)을 살펴보면 2002년1월에 거의 20%에 근접하였다가 다시 좁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이격률은 엄청난 오일달러 소득에 힘입어 집값이 급상승했던 1990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길게 보면 장기추세선을 벗어난 집값은 결국 추세선을 향하여 회귀하는 경험을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회귀현상은 단기적으로는 높은 가격을 지탱하는 유동성의 위축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나, 주로 건설원가 이상의 가격을 감당할 만한 수요에 대응하여 이루어지는 공급의 대폭적 확대에 기반하여 진전될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에 신규주택 250만호+α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KB부동산이 발표한 1986.01.∼2022.10.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를 시계열분석한 직선)
결론을 지어보면, 금리가 상승을 멈추거나 하락 반전하더라도 몇 년 안에 집값이 장기적 상승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오히려 최근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집값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이 과도하여 한국경제에까지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면 집값의 낙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반면에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는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집값의 하락 폭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자율만 보고 집값 상승ᆞ하락 기대하지 말아야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집값에 이자율의 상승, 하락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 COVID-19 유행 중의 집값 폭등은 도를 넘은 유동성 살포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극히 이례적인 시기에 집값이 크게 상승했을 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 주거용부동산과 달리, 상업용부동산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이자율의 등락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우선 집값의 향방은 주택의 공급 변화에 기초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이례적인 대량공급이 이루어지는 시기에는 집값이 하락하는 반면 공급이 제한되는 시기*****에는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또한 예측하지 못하거나 매우 강력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경우 부동산시장이 요동을 치게 되는데, 이런 시기에 흔히 하락했었지만 이례적으로(COVID-19 때처럼) 상승한 경우도 있었다.
(***** 전국적으로 참여정부ᆞ문재인정부 시기, 서울에서는 박원순시장 재임 때가 대표적이다)
집값, 즉 주거용부동산의 가격 변화 향방을 예상하는 데 금리가 그다지 유용한 것 같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수급 상황, 즉 신규공급의 과잉ᆞ부족에 따라 집값이 오르고 내리며, 유효수요(Needs에 구매력이 더해진 수요)를 결정하는 수요 억제ᆞ진작 정책에 의해서 집값의 변동 Momentum이 형성된다.
참고로 정부의 부동산투기 규제 또는 그 해제 조치가 시장에 한참 뒤쳐지는 특징이 있다는 점도 알아 두자. 일반적으로 정부 행정은 그 속성 상 보수적이고 신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늘 부동산 시장 변화에 후행한다.****** 이로부터 주택 수요자나 투자자는 매수나 매도 시기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정책흐름에 비추어 보면, 규제지역ᆞ지구 지정이 시작되어 본격화되는 기간에 매수자는 금융, 조세 규제에 유의해야 하나, 매도자에게는 매도 적기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지정 해제가 시작되어 규제가 완화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도자는 정리를 서둘러야 하며, 매수자는 차분하게 매수를 고려할 시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매매를 결정할 때 고려할 더 중요한 다른 요소들이 많겠지만 규제지역 지정ᆞ해제 시점도 훌륭한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본 강의 시리즈 ‘11.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참고)
[참고 : 미국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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