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비수도권, 즉 지방의 인구를 줄여 지역경제를 위축시키며 이는 다시 일자리를 줄여 다시 인구를 수도권으로 유출시키는 악순환을 부른다. 이 밖에도 쇼핑,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기회의 격차도 지방 소멸을 부추긴다. 사실 경제활동, 문화생활, 교육 등이 상호 작용하여 지역을 발전시키거나 쇠퇴시킨다. 한 지역의 발전이나 쇠퇴는 부동산 소요(needs)에 영향을 미쳐 주거용 부동산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 주제는 앞으로 지방소멸에 휩쓸리지 않을 대비책이나 지방소멸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내용이 길고 복잡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넘어가기로 하자.
인구ᆞ경제활동의 수도권 집중, 비수도권의 쇠퇴 지속
흔히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수도권의 인구나 경제력을 수도권이 빨아들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거론한다. 그런데 2012∼2021년의 인구 이동을 살펴보면 타 권역에서 인구를 가장 강력하게 흡수한 권역이 충청권이며, 수도권은 그에 비해 흡인력이 다소 떨어진다. 다시 말하면 수도권·충청권을 잇는 '산업∙교육∙과학∙문화 그리고 행정 벨트'가 블랙홀처럼 인구를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 문제는 수도권·충청권 대 기타 권역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2012∼2021년에 걸쳐 기타 권역 중에서 강원,제주를 뺀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순유출되었다. 반면에 수도권과 충청권으로는 전반적으로 인구가 순유입되었다. 이 중 서울의 인구 감소는 경기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대전의 인구 감소는 세종 인구 증가에 의해 상쇄되었다. 수도권 내에서 동 기간에 서울에서 2021년 인구의 약 10%가 빠져나가 경기 인구를 약 9% 늘이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는 서울의 주택 공급이 거의 늘지 못한 상황에서 주변 도시의 신규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충청권에서 2021년 세종 인구의 약 70%가 이 기간에 정부 부처의 행정복합도시 이전 때문에 유입되었고, 천안ᆞ아산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등 수도권의 산업이 남쪽으로 확장됨에 따라 충청남도의 인구가 늘어났다.
권역간 인구 이동
권역간 인구 이동은 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그 결과 2021년에 이르러 권역별로 연령별 인구구조가 판이하게 달라지고 말았다. 수도권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73.1%, 충청권이 69.6%인 데 비하여 기타 권역은 68.6%로 낮다. 또한 14세 이하 인구비율은 수도권 11.8%, 충청권 12.8%에 비하여 기타권역 11.6%이다. 이런 점에서 기타 권역의 생산가능인구층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미래에도 제대로 생산가능인구가 갖추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라북도, 전라남도나 경상북도의 경우에 이러한 인구구조 불균형(유소년인구 적고 노령인구 많음) 현상이 심각하게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도시나 농어촌으로 갈수록 명확해지는데 이 글의 말미에 그 사례들을 실어 놓았다.
권역별 인구구조 (2021년)
이런 지역간 인구 불균형은 지역내 순환과정을 거쳐 경제성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0∼2020년 사이 지역내총생산(GRDP, 경상가격 기준)의 변화를 보면, 수도권이 1.57배, 충청권이 1.56배로 늘어난 데 비해 기타 권역은 1.37배 밖에 늘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느리다. 특히 전남, 전북, 대구ᆞ경북, 부산ᆞ울산ᆞ경남 등 지역이 타 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권역별 지역내총생산 변화
지방소멸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수요를 감소시킨다
이러한 경제성장 격차와 인구 유출은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소요를 위축시키며 가격의 상승도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의 공가율(空家率)이 4.6%인 데 비해 그 외 지역의 공가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구체적으로는 광역시 또는 자치도가 아닌 충북, 충남, 강원,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의 공가율이 10%를 넘는다. 이는 적정 주택보급률(110%)을 넘어선 수준으로도 볼 수 있어서 해당 지역의 주택수요가 포화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전북, 전남, 경북의 빈집은 70% 이상이 1999년 이전에 건축된 것이어서 기존 인구의 유출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경기 빈집의 61.6%, 세종 빈집의 85.5%가 2000년 이후에 지어진 것이 대조적이다. 아래 표에 나타나 있지는 않으나 좀더 세분해 보면, 세종 빈집의 79.9%가 2010년 이후 건축된 것이며 경기는 42.6%, 제주는 46.3%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지역의 빈집은 투기적 또는 예비적 동기에 의해 비워져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세종의 경우는 투기적 동기가 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강원, 전남, 대구, 경북, 경남 등 지역에서 신규 주택공급이 인구에 비해 지나쳐 미분양이 많은데 이러한 현상은 2022년에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상북도와 전라남도의 미분양주택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어 해당 지역 주택건설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권역별 빈집과 미분양 현황(2021년)
한편 LX공사가 소유자 동의를 받아 공개하고 있는 빈집정보시스템 ‘공가랑’의 빈집지도에서도, 빈집의 분포가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시스템은 집을 처분하지 못한 채 시골을 떠난 사람들이 팔거나 세놓겠기를 원하는 주택을, 시골에 집을 구하는 사람들과 연결해주기 위해 구축된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공공기관까지 이 일에 나섰을까. 이 지도를 보면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 멀수록 빈집 등록건수가 많아지는데, 특히 전라북도의 건수가 많은 것이 주목된다.
공가 매물등록 지도(2022년10월)
인구의 유출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불러오게 된다. 우선 직접적으로 공가를 늘이는 한편 신축주택 수요를 약화시킨다. 또한 지역경제와 상권이 위축됨으로써 비주택 부문에서도 공실을 늘이게 되는 것이다. 즉 지역의 인구 유출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 소요(needs)을 줄여, 부동산시장을 침체에 빠뜨린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실제로 과거(2010.12.∼2022.9.) 주택가격의 변동을 살펴보면 2015년 이전까지는 영남, 제주, 강원과 호남 권역의 집값이 수도권ᆞ충청권에 비해 상승률이 높았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에는 이러한 추세가 역전되어 영남, 강원, 제주, 호남 권역에 비해 수도권과 충청권의 집값이 훨씬 빠르게 올랐다.
부동산 시장에서 2015년은 의미가 큰 분기점(pivot point)이다. 당시 침체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부동산규제를 풀고 당시 경제부총리 최경환이 “빚 내서 집 사라”고 외치던 때이다. 또한 한국의 주택구매 중심연령층(30∼59세)이 감소추세로 전환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이후 충청을 뺀 비수도권의 주택소요(needs)는 그 중심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그마저 외부로 유출되면서 공급 과잉에 빠지게 된 것이다. 특히 중핵도시(광역시, 자치도)가 아닌 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주택가격지수 추이
소멸지역은 악순환(vicious circle)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이제 소멸지역의 경우를 보자. 여러 편에 걸쳐 사례로 들고 있는 10개 지역의 인령별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생산가능인구가 50∼60%수준으로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비해 10∼20%나 낮은데 비해 65세 이상이 30∼40%나 되어 수도권ᆞ충청권에 비해 25∼30%나 높다. 고급 생산력의 부족과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15세 미만 인구 비율이 6∼9%에 불과하여 수도권ᆞ충청권의 12%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장래에 지역 내 고급생산력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지역 공동화(空洞化)가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상당기간에 걸쳐 이 같은 인구구조가 형성되면서 빈집이 빠르게 늘어났다. 사례로 든 소멸지역의 공가율은 괴산을 빼고는 10∼20%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주택의 소요(needs)가 줄고 있는 지역에는 신축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공급된다 하더라도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주택가격의 높은 상승은 물론 현 수준 유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특별한 전기(轉機)가 없는 한 비주택 부문도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이에 따라 부동산가격이 장기적 하락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소멸지역의 연령구조와 공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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