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번지고 있는 소멸위험지역
이웃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경험하고 있는 나라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0명(2021년)로 인구치환 수준(2.07명)을 밑돌고 있으며, 총인구도 2010년에 정점(1억2,786만명)을 찍은 뒤 2021년에는 1억2,568만명으로 감소하였다. 한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보다 앞선 1994년에 정점(8,689만명)을 찍은 뒤 2021년에 7,452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도시에서 전체 인구 수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중소도시와 농촌에서는 인구 수가 크게 감소했다. 이로 인해 빈집이 늘어나고 지역사회가 소멸하기에 이르렀다.* 2018∼2021년에 164개 마을이 사라졌고 앞으로 2040년이 되면 896개 지자체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함께 아키야(空家) 문제가 사회문제로 등장했고 앞으로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처하고자 일본 정부가 ‘총인구 1억명 사수’를 내걸고 지방창생(地方創生)이라는 지역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
(* 마스다 히로야, ‘지방소멸’, 2015. ; 日 인구줄어 방치되는 빈집 ‘아키야’, BRAVO My Life, 2022.06.24.)
일본의 경로를 뒤따르는 한국은, 2021년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세계 최저이며, 총인구가 2020년 5,183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생산가능인구는 이에 앞서 2016년 3,762만명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총인구나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 시기가 빠른데, 총인구는 전라남도가 2011년부터, 강원도, 전라북도와 경상북도가 2015∼2016년부터 하락 반전되었다. 생산가능인구의 경우 전라북도, 전라남도와 경상북도가 2000년 이전부터, 강원도와 경상남도가 2015∼2016년에 정점을 찍고 하락 반전되었다. 이는 수도권의 총인구가 아직 감소하지 않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의 정점도 2020년인 것, 제주의 총인구 정점이 2020년이며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도 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생산가능인구와 총인구의 위축이 이들 지역의 소멸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3월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소멸위험지수 지도
과거 외진 산간벽지에서 생겼던 소멸위험지역은 최근 들어 경기도 동부, 서해안 일대, 남해안 서부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라 전체의 인구 감소와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에 따라 소멸위험지역이 더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 소멸위험지수 = 만 20-29세 여성인구 수 / 만65세 이상 고령인구 수)
한편 이와 별도로 2021년에 행정자치부에서 ‘인구감소지역’ 89개를 지정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인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관심지역’ 18개를 추가했는데, 이 중에는 대도시에 속하는 대전 동구ᆞ중구ᆞ대덕구, 인천 동구, 부산 중구ᆞ금정구, 광주 동구도 들어 있다.
(관심지역 : 대전 동ᆞ중ᆞ대덕, 인천 동구, 부산 중ᆞ금정구, 광주 동구, 강원 강릉ᆞ동해ᆞ속초ᆞ인제, 경북 경주ᆞ김천, 경남 통영ᆞ사천, 전북 익산, 경기 동두천ᆞ포천)
인구감소지역 지도
(인구감소지역 선정지표 : 5년간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비율, 유소년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 등)
지역 사회ᆞ경제 생태계의 붕괴
지역 사회 및 경제는 기본적으로 그 지역 사람들이 행하는 창의적 활동, 생산 활동, 소득 창출, 소비 활동이 순환하면서 부흥하기도 하고 침체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60년 이상우리는 이러한 순환 사이클이 계속 확대되어온 선순환(virtuous cycle)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나라 전체의 인구 감소와 사회ᆞ경제ᆞ문화의 수도권 집중에 따라 대부분의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은 오래전부터 이 사이클이 악순환(vicious cycle)에 빠지게 된 것이다.
지역 사회 경제의 순환 메커니즘
소멸위기에 빠진 지역들은 이른바 ‘낙인효과’가 겹쳐 그 침체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장년층이 일자리와 교육 기회, 문화 향유를 찾아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떠나고 있다. 지방대학은 사립은 물론 국공립대학까지도 학생들이 오지 않고 교수들마저 서울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 발전의 원동력인 창조력이 훼손되는 중이다.
(*** ‘지방대학 몰락 가속화_경북ᆞ부산ᆞ충남대 신입생 10명 중 1명 이탈, 지역거점대학 교수도 학생도 서울로 대탈출’. 중앙일보, 2022.10.08.)
미래 지역발전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젊은이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한편 이들이 좋은 직장에서 생산활동에 종사하여 더 높은 소득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멋진 소비와 문화생활을 영위할 기회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생활 여건이 마련되어야 젊은 인구가 지방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만만하지 않다. 지역문화(local culture)에 뿌리를 두고 창조, 생산 그리고 소비가 상호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지역 사회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할 텐데, 이것은 몇 년간의 짧은 기간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나름대로 기업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자녀 양육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친환경적이고 우수한 초ᆞ중등 교육환경을 제공하여 인구 감소를 줄이려 애쓰지만, 도도한 젊은이들의 지방탈출 흐름을 막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들이 추구하는 좋은 교육기회, 좋은 직장과 멋진 소비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이 형성되기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가능하더라도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소멸위험지역에는 주택 수요가 없어 새집도 짓지 않아
몇몇 소멸지역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인구구조와 주택 현황을 분석해보자. 여기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인천 강화, 충북 영동ᆞ괴산ᆞ단양, 충남 서천ᆞ태안, 전북 부안, 전남 해남, 경북 의성, 경남 남해 등이다.
수도권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70%를 상회하는데 비해, 소멸지역은 그 비중이 50∼60% 정도에 그친다. 또한 유소년인구(14세 미만)을 보면 수도권의 12%도 낮은데, 이들 지역은 대체로 6∼8%이며 해남군만 9%이다.
소멸지역의 생산가능인구
이들 지역이 소멸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구구조에서 비롯된다.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낮아 생산이 저조하여 소득과 저축을 위축시킨다. 이는 미래 사회ᆞ경제의 원동력인 유소년인구을 늘리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그리고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의 주된 수요층인 주택소요중심연령층(이하, ‘중심인구’)****도 감소하면서 부동산 소요가 위축되어서 신축 부동산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게다가 기존 건물이 공가로 바뀌면서 도시나 마을은 점점 슬럼화되어 가는 과정을 밟는다.
(**** 주택소요중심연령층∙중심인구 : 30∼59세 ; 필자가 정의한 개념으로서 주택 소요 욕구가 가장 강한 연령층을 말함.)
2021년 현재 수도권 주택의 건축년도를 살펴보면 20년 미만이 60%를 넘는 데 비해 30년 이상 경과한 주택은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소멸위험지역에서는 20년 미만 주택이 37%에 불과하며 30년 이상 경과가 38%를 넘는다. 표본 지역 중에서 특히 해남과 의성은 40년이 넘은 주택이 전체의 약 40%나 된다.
소멸지역의 건축년도별 주택 구성(2021년)
한 지역의 인구 감소,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지역내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키게 되며, 이는 다시 상업용이나 주거용 부동산의 수요를 줄이며 이에 대응하여 신규 주택의 공급이 부진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좋은 품질의 아파트를 비롯한 신규주택 부족은 기존 인구를 머물게 하거나 외부 인구를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인을 약화시켜, 다시 지역 사회∙경제 면에서 악순환에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소멸지역의 부동산 현상 분석, 극복방안, 투자기회 등에 관해서는 다음에 따로 논의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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