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됐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약 120만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의 약 8%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1% 늘어난 숫자이다. 이제 더 이상 부자들이나 다주택자들만 내는 세금이 아니다. 서울에서 노원ᆞ도봉ᆞ강북ᆞ금천ᆞ관악ᆞ구로구의 종부세 상승폭이 강남3구에 비해 더 크다고 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서울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중앙정부가 재산세를 강화하는 정책을 시도했다. 이에 반발한 강남구 등이 재산세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무력화시켰다. 이에 중앙 정부는 “이후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하게 「대못」을 박겠다”며 지방정부가 손댈 수 없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한 것이다. 초기에 부유층에 한정적으로 부과되던 종합부동산세는 2018년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활약기를 맞는다. 이후 3차례에 걸쳐 종부세율은 말 그대로 무지막지하게 올랐다. 2005년 0.5∼2%에서 2020년 0.6∼6%로 인상된 것이다.
이 세금은 도입 동기부터가 불순하며 기형적이다. 재산세는 물건 단위로 부과하는 것(物稅)이 원칙이다. 그런데 종합부동산세는 사람 단위로 소유 주택을 합하여 부과된다(人稅).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동일한 주택에 대한 세금이지만 한 순간에 물세가 인세로 바뀌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물세의 껍질을 쓴 인세이다. 이는 기형적 세금이라 할 수밖에 없다.
종합부동산세는 전세계에 사례가 없는 한국 특유의 세제이다. 굳이 종합부동산세를 정당화하자면, 부유세(wealth tax)의 아류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부유세는 원래 20세기 초 스웨덴을 시작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도입하기 시작하여 한때 유럽의 12개국과 인도에서 시행하였으나, 현재는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등 4개 나라만이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부유세는 과세대상이 부동산, 동산, 저작권, 금융자산 등으로 포괄적이며, 세율은 0.2∼2.5%를 적용하되 총소득의 일정비율로 부과상한을 설정한다. 또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다. 즉 부자들로부터만 징수하는 세금이며,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소득창출 수단이 되는 재산이라면 포괄적으로 과세한다.
이 마저 대부분의 나라가 부유세를 폐지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납세자가 이웃국가나 조세회피처로 자산을 이전하여 절세 또는 탈세를 함으로써 소기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았고 오히려 내국 경기를 악화시키고 실업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저 주택(또는 토지) 투기방지 목적을 가지는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부동산 과세 강화 목적이라면 재산세율을 높임으로써, 소득재분배 강화 목적이라면 부유세를 신설하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요즘 국회에서 여당은 기본공제액을 높이고 중과세를 폐지한다거나 야당은 부자감세는 불가하다고 개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 제 지지층에게 표를 얻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 조세체계를 정상화하는 옳은 길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양쪽 모두 과세의 공평성(equity of taxation)이라는 본질적 원칙을 간과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장은 지금이라도 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줄여 서민의 세부담을 경감시키고, 다주택자 중과 등을 완화하여 주택임대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 급한 일이다. 그리고 비상식적으로 걷은 세금은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백지 상태에서 앞으로의 부동산 및 기타 재산에 대한 보유세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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