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이후 수도권 인구 집중에 대응하여 정부는 대규모 주택 건설을 위해 대한주택공사(현 LH공사)를 설립하고, 대규모 택지개발, 신도시 건설 등 주택공급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만성적인 수요초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집을 사거나 분양만 받으면 집값이 올랐고 전국적으로 ‘떴다방’, ‘복부인’ 등 투기세력이 만연하였다. 이러한 역사 속에 정부는 때때로 ‘부동산투기 억제 특별조치세,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LTVᆞDTI 규제’와 같은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은 대체로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것이 특징적이다.
이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서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지역만 대상으로 하는 타겟(target)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02년9월 투기과열지구 지정, 2003년4월 투기지역 지정, 2016년11월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그것들이다. 이른 바 규제지역인데,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 이를 진정시키려 금융ᆞ거래ᆞ조세 등 규제를 시행하기 위해,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지리적 범위를 뜻한다.
세 가지 규제지역 지정의 근거, 지정요건과 시행시기를 간략히 살펴보자.
투기지역 지정제도의 도입 배경과 시기
투기과열지구 | 투기지역(지정지역) | 조정대상지역 | |
지정 근거 | 주택법 제63조 | 소득세법 제104조의2 | 주택법 제63조의2 |
첫 시행시기 | 2002.9. | 2003.4. | 2016.11. |
도입 배경 | 서울 강남 주택투기가 수도권으로 확산. | 강남 등 서울 주택시장 과열 심화. 수도 이전ᆞ지방 육성 예정지 토지시장 과열. |
저금리ᆞ유동성 증가에 따른 국지적 과열의 확산 차단. |
지정 요건 | 2개월 청약경쟁률 5:1 ↑. 분양물량 전월비 △30%↓. 신도시개발, 전매 우려 등. |
집값 상승률이 CPI+30%↑. 1년간 전국평균 대비 높음. 토지가격 상승률이 CPI+30%↑. 3년간 전국평균 대비 높음. |
3개월 집값상승률이 CPI+ 30% 이면서, - 청약경쟁률 5:1 ↑. - 분양권전매 전년대비 30%↑등. |
각 규제의 구체적 내용은 이 글의 말미에 있는 ‘규제지역별 규제사항’을 참고하기로 하자.
투기과열지구는 2002 한일월드컵 경기장 입지 부근 지역의 부동산투기 행위에 대응하여 처음으로 도입되어 2006년에는 속칭 버블세븐 지역(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수지)에 지정하였다. 그 당시 지정 목적은 토지ᆞ주택 투기 억제와 청약질서 확립에 있었다. 그럼에도 그 낙인효과로 투기꾼이 더욱 몰려 큰 폭등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침체기에 들어선 뒤 2011년말이 되어서야 전부 해제되었다. 그리고 난 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다시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 역시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후 그 지역들이 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은 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투기지역은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억제를 통해 투기세력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지정되었는데, 투기과열지구를 보완하여 다방면의 규제로 그 효과를 높이려는 동기에서 탄생했다. 사실 그 근거 법령인 소득세법 등에는 ‘지정지역’이 규정되어 있지 ‘투기지역’이란 용어는 없다. 2003년 지정 당시 투기세력에 경각심을 주려는 급한 마음에 강한 표현을 쓰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일단 2012년에 지정이 모두 해제되었지만, 몇 년이 흐른 뒤 2017년 이후 서울 강남구 등 15구와 세종 등을 다시 투기지역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2020년에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력하게 바뀌면서 ‘투기지역’은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해제하지 않고 있는데 이 또한 투기의 발흥을 억누르는 차원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법에 그 지정 목적이 불명확함에도 주택시장 과열을 시작부터 막으려는 동기에서 급하게 2016년부터 수도권 주요 지역에 지정하였다. 이후 2020년 들어 투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수도권 외곽과 지방 주요도시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확대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후 2022.7.5.과 2022.9.26.(예정)에 수급 문제가 해소되어 집값 하락세로 돌아선 지역들을 해제하는 중이다.
(* 각 규제지역 지정현황은 본편 마지막에 첨부한 ‘규제지역 지정현황’을 참조.)
규제의 강약 정도에 기초하여 규제지역 지정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어떤 지역에 투기 조짐이 보일 때 가장 먼저 지정되는 것이 ‘조정대상지역’이며, 상황이 좀 더 심각하게 바뀌면 지정하는 것이 ‘투기과열지구’이다. 그리고 ‘투기지역’은 투기과열지구와 실질적 차이가 없으나 해제할 경우 발생할지 모를 투기 재발을 우려하여 투기 진앙지에 그대로 존치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지역끼리 실질적 관계
이렇게 2003년경부터 2021년까지 시행된 주택시장 규제 조치가 부동산 가격, 집값 안정에 기여했을까? 그렇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당시 정치인이나 정책당국자들은 이 조치들이 여러 해에 걸쳐 효과를 발휘한 끝에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2003년의 규제 조치에 불구하고 2006년까지 년 25%에 이른 전무후무한(그 당시 일반 물가에 비해) 엄청난 가격상승을 보였으며, 몇 년 뒤 다시 2016년부터 이어진 규제 조치들도 2021년까지 만만치 않은 급등세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규제지역 지정이 낙인효과를 거쳐 오히려 해당지역의 집값을 부추키는 현상까지 이어졌다.
두 시기 모두 주택수요에 대응하여 적절한 공급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인기지역에서 신규 공급을 억제한 데서 그 실패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참여(노무현)정부에서 수도 이전, 지방균형발전 촉진을 위해 서울 주변의 신규 아파트 공급을 소홀히 하면서 노후 아파트 재건축도 집값 자극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무리하게 억제하였다.** 한편 문재인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주택 공급에 무관심했으며 집값을 규제 일변도로 안정시키려는 무리수를 두었다. 또한 저금리에서 비롯된 유동성의 힘을 과소평가하면서 화를 자초하였다.***
(** 중앙일보,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꼬인 이유’, 2007.1.18.)
(*** 한겨레,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다섯가지 이유’, 2020.7.27. ; 두성규, 땅집Go, ‘사상초유의 집값 폭등 만든 문..규제정책이 만든 참사’, 2022.5.15.)
규제지역 지정이 아파트값에 미친 영향
일반적으로 정부 행정은 그 속성 상 보수적이고 신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늘 부동산 시장 변화에 후행한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그동안 투기지역 지정으로 가격 안정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해제된 후에도 바로 상승세로 이어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가격의 등락을 가져온 것은 공급의 확대나 위축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오히려 규제지역의 지정 또는 해제는 부동산시장의 과열 또는 냉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지표 역할을 해왔다. 이로부터 주택 수요자나 투자자는 매수나 매도 시기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규제지역 지정ᆞ해제의 정책 흐름이 과거와 같다면, 지역ᆞ지구 지정이 시작되어 본격화되는 기간에 매수자는 금융, 조세 규제에 유의해야 하나, 매도자에게는 매도 적기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지정 해제가 시작되어 규제가 완화되는 단계에 이르면 매도자는 정리를 서둘러야 하며, 매수자는 적극적으로 매수를 모색할 시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매매를 결정할 때 고려할 더욱 중요한 요소들이 많겠지만 규제지역 지정ᆞ해제도 훌륭한 보조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규제지역 지정현황 (2023. 1. 5.에 update)
규제지역별 규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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