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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주거용부동산의 가격 형성 원리

by 하얀자작_김준식 2022. 9. 5.

부동산 고유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가격
부동산은 통상 자연적 특성으로 부동성, 부증성, 개별성, 연속성 등을 가지는데, 이 중 부동성과 부증성은 자원으로써 희소성을 유발한다. 한편, 인문적 특성으로 다양성, 분합가능성, 가변성을 가진다. 가변성은 구체적으로 사회적 가변성(인구, 환경), 경제적 가변성(소득 창출, 개발), 행정적 가변성(도시구획, 이용규제, 교통)등으로 나뉘는데 이들 모두가 부동산 효용의 변동을 초래한다.
이들 특성은 경제적으로 희소성을 유발하거나 부동산의 효용을 변동시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동시키는 것이다. 즉 부동산의 특성이 곧 가격 형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의 특성과 경제적 영향

이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하여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재화이든지 공급이 한정적이거나 적고 이에 비해 소요(needs)가 클 때 희소성이 발생한다. 이 희소성 때문에 소요가 있는 사람들끼리 경쟁하게 되고 이 중 끝내 그 재화를 차지하는 사람이 얻는 가치가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며, 이는 그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과 일치한다.*
(* 공급자 측면에서도 마지막 재화를 제공하는데 드는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가격에 다다를 때까지 공급하게 된다. 이 원리가 궁금하신 분은 경제학원론을 참고하시라)
한편 어떤 부동산을 다른 곳에 옮겨 놓을 수 없지만, 그를 주변환경은 바뀔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그 성격, 위상 또는 가치가 달라진다. 이것이 앞서 말한 ‘가변성’이다. 예를 들어 인근에 산업체가 들어와 소득이 높아지거나, 인구가 증가하거나, 또는 교통인프라가 확충되면 그 부동산의 효용이 높아지며 가격도 오를 수 있다. 반면에 인구가 줄거나 산업이 쇠퇴할 경우 부동산의 효용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내릴 수도 있다.

가격의 결정 원리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 형성
서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남에 집을 구해서 살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서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왜 강남 아파트는 그토록 비쌀까?
아파트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건축비+토지대)을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불능력 있는 부자들이 앞다퉈 사려고 하기 때문인 것은 알겠는데 이런 고급 아파트를 여기저기 많이 짓게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사회 엘리트층이 모여사는 강남의 좁은 동네에 살고 싶기 때문이며, 다른 동네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거용부동산**의 가격결정 Mechanism에 희소성***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대체재가 적은 지역은 가격이 엄청나게 높다. 소비재로 치면 명품만큼 비싸다. 이에 비해 서울 변두리나 인근 도시들의 아파트 값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대체성이 높은 주거용부동산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이 용이하며 이로써 소득이 낮은 수요자들에게도 차례가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 여기에서 주거용부동산이라 함은 이 블로그 에세이 ’물건가치 분석에 유용한 부동산 구분법’에서 구분한 바에 따른다.)
(*** 우리가 살면서 보게 되는 희소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바로 다이아몬드와 물이다.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으나 당장 물이 없으면 사람은 일주일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 바꾸어 말하면, 물의 효용(또는 가치)가 다이아몬드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그런데 물은 원하면 큰 부담 없이 언제나 마실 수 있다. 이에 비해, 다이아몬드는 매혹적인 보석이라 누구나 가지기를 바라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물건이다. 그래서 사람(부자)들은 서로 앞다투어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 하는데 끝내 그것을 차지하는 사람이 얻는 만족을 한계효용이라 하고 이에 치르는 대가가 시장가격이 되는 것인데, 그 가격수준이 엄청나다.)

주거용부동산 시장과 가격형성

사실 강남의 재건축된 아파트나 서울 외곽의 신축아파트나 아파트의 품질, 조경, 편의시설 등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즉 사용가치는 별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결국 모두가 살고 싶은 강남에는 공급이 적어 희소성이 높고, 변두리로 나서면 보통 사람의 구매력에 맞는 적당한 주택의 공급이 비교적 원활하여 희소성이 낮아지는데, 이에 따라 희소가치가 달라지며 결국 집값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 물론 개중에 엄청 고급스러운 자재를 사용하거나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가격에 주된 영향을 주는 것은 이런 품질 차이가 아니라 그 지역에 더 이상 주택을 공급할 여력이 없음에서 비롯된 희소성이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 값이 토지대, 건축비 등 건설원가 수준에 가깝게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역사적으로 진보정권의 정책결정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가져왔고, 보수정권에서도 집값 자극을 우려하여 이에 관해 반시장적 조치를 버리지 못한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가를 시세의 절반 이하로 통제한다고 강남 집값이 내려올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당첨자들에게 남들이 갖지 못하는 불로소득을 안겨줄 뿐이다. 이를 우리는 'Lotto 청약'이라 부른다. 결국 이 이례적인 가격은 곧 희소성이 강한 시장에 흔적도 없이 녹아들고 만다.
(***** 역사적으로 볼 때 강남 집값의 하락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커다란 경제위기 때문이었고, 가격통제나 부동산정책 때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