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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다주택자 집 팔아야 해?

by 하얀자작_김준식 2022. 9. 15.

종합부동산세(줄여서 종부세)는 태생부터 기형적인 세목이다.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 때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중앙정부는 엉뚱하게도 재산세를 강화하는 정책을 시도했다. 그때 이에 반발한 강남구 등이 재산세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무력화시켰다. 이에 중앙 정부는 이후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하게 대못」을 박겠다”*며 지방정부가 손댈 수 없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여 2005년부터 시행했다. 이후 2008년에 일부위헌(세대 합산 부과) 판결로 기세가 꺾였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로 들어서면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정책실패로 집값이 말그대로 폭등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이에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세계적인 유동성 살포가 기름을 부었다. 이에 정부는 법 제정 13년만인 2018년부터,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무지막지하게 올리는 법 개정을 2020년까지 3번이나 반복하는데, 이 같은 종부세 제ᆞ개정은 참으로 엉뚱한 정책이었다. 부동산시장 생리의 본질에 접근하는 공급확대 정책에 의한 가격 조절을 멀리 하고, 세금이나 금융에 의한 시장 통제를 하려 했지만 여지없이 실패하고 말았다.
(*
뉴데일리경제, ‘18년째 위헌 논란 종부세혼인세 오명까지’, 2022.01.31.)

주택 종부세율의 변화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 공약대로 주택 종부세를 낮추는 입법을 시도한다. 다주택자 중과 폐지와 함께 최고세율을 2.7%로 낮추고, 기본공제액 상향 및 납부유예를 포함한 개정안을 2022.07.21.에 발의했다. 그러나 다수의석 야당의 견제에 밀려 1세대1주택자 기본공제액 상향(6억원→11억원), 일시적2주택ᆞ지방 저가주택 등에 다주택자 예외 적용, 고령자 납부유예 등을 겨우 반영한 채로 2022.09.15.자로 개정법률이 시행된다. 힘없고 지지율 낮은 윤 정부로서는 애초 법률 개정의 동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노력했다는 흔적만이라도 남기려 했다는 느낌이 든다.

종합부동산세는 어떤 세금일까? 국세, 지방세를 막론하고 과세 대상은 기본적으로 물건이거나 사람이 된다. 물건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물세(物稅), 사람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을 인세(人稅)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자산에 대한 세금은 물세이다.

조세의 부과대상별 구분

  물세 인세
특징 재산이나 거래를 고려한 조세 인적 사정을 고려한 조세
과세 방식 개별과세 합산과세
대표 세목 재산세, 취득세, 부가가치세 등 종합소득세, 상속세, 양도소득세

재산세는 물건에 관한 과세이므로, 과세대상이 공동소유일 경우 세액을 지분만큼 나누어 개별 소유자에 부과한다. 재산세액이 100만원이고 한 사람의 지분이 30%일 경우 30만원을, 지분이 70%인 다른 사람에게 70만원을 부과한다. 즉 사람이 여럿이더라도 세금은 물건을 기준으로 계산되어 지분권자 모두의 납부세액을 합하면 한 채의 부과세액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종부세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소유 주택이 2채가 넘는 순간 두말없이 물건 기준은 사라지고 부과대상이 사람 기준으로 바뀐다. 결론적으로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나 주택에 대한 세금이지만 한 순간에 물세가 인세로 바뀌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물세의 껍질을 쓴 인세이다. 이는 기형적 세금이라 할 수밖에 없다.

주택 보유세 과세 구조

굳이 종합부동산세를 정당화하자면, 부유세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부유세는 원래 20세기 초 스웨덴을 시작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도입하기 시작하여 한때 유럽의 12개국과 인도에서 시행하였으나, 현재는 프랑스,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등 4개 나라만이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부유세는 과세대상이 부동산, 동산, 금융자산 등으로 포괄적이며, 세율은 0.2
2.5%를 적용하되 총소득의 일정비율로 부과상한을 설정한다. 또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삼고 있다.**
(**
OECD대표부, ‘OECD국가의 부유세 운영사례 및 시사점’, 2018.)
많은 나라가 부유세를 폐지한 이유는 납세자가 이웃국가나 조세회피처로 자산을 이전하여 절세 또는 탈세를 함으로써 소기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았고 오히려 내국 경기를 악화시키고 실업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부유세와 종합부동산세 비교

  부유세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부동산, 동산(: 지적재산권, 신탁), 금융자산 등. 주택, 토지
과세 단위 가계 합산 과세 개인별 과세
과세표준 순자산 (자산-부채) 자산
납세자 내국인, 외국인 내국인, 외국인
외국인에게 다주택자 중과 없음.
세율 (중간세율) 0.2%1.1% 1.7%
세부담 경감 세부담 상한 설정
- 소득의 일정비율로 상한을 정함
재산세액 공제
시행 국가 노르웨이,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한국
스위스 0.2%, 프랑스 0.85%, 노르웨이 0.85%, 스페인 1.1%.
자료원 : 각국의 세무 관청 홈페이지.

 한편 현행 종부세는 주택임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독소도 품고 있다. 주택임대를 나누어 보면 공공임대사업, 민간기업의 건설임대사업, 개인의 매입임대사업, 비등록임대 등으로 나누어진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공공임대 주택의 품질은 매우 열악하며, 민간 건설임대의 경우 의무임대기간(10) 후 분양을 미끼로 임차인에게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부담시키는 구조이다. 이러한 가운데 임대주택법은 개인의 아파트 매입임대를 제한하고 있으며, 비등록 임대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무겁게 과세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이 임차인들에게 알맞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위축 내지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강남구청역 인근에 있는 삼성월드타워아파트(학동로 408; 표제 사진)를 들 수 있다.
○○씨 외 친족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토지 위에 2001년에 소형아파트 46세대를 건설하여 2020년까지 임대해왔다. 그 당시 임대주택 관련 법률이 규제에 비해 혜택이 적어 이들은 임대주택 신고나 등록은 굳이 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던 중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시행이 임박해지자 20207월에 이 아파트 전체를 □□자산운용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이어 이 펀드는 아파트를 공개매각 분양하였다. 이로써 우수한 입지의 서민 임대아파트 46채가 사라진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가격 하락기를 맞아 매수가 쉬워진다 해도, 아파트에 초점을 맞춘 다주택 보유 규제는 합리적 조건에 아파트를 빌려 쓰려는 보편적 임차수요를 소화하는데 장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2021년 한 해 종부세 징수액이 56,789억원인데, 이는 2016년의 3,208억원에 비해 거의 18배로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광역지자체가 17개인데 단순계산해도 한 곳당 3,3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종부세가 과세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한 기형적 부유세임에도 가까운 장래에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세목을 만들었던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정도 있지만, 어떤 세목이든 한번 신설된 것은 없애거나 원상으로 돌리기 무척 어려운 비가역적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교육세가 이미 징세의 목적이 거의 충분히 달성되어 마땅히 쓸 곳이 없어 현장에서 낭비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청의 반발로 교육세 징수를 줄이거나 유사 용도(교육부의 지방대학 지원 등)에 전용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큰 세수가 생기면 공무원들은 돈 쓸 곳을 귀신 같이 잘 만들어낸다는 것이 상식이다. 한마디로 가까운 장래에 종부세 또는 부동산 보유 관련 세제가 바로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종부세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종부세는 부유세의 아류(亞流)이다. 부동산 보유세 차원에서 보면 재산세로 통합되는 것이 마땅하므로 완화되거나 폐지되는 길을 갈 확률이 높다. 아니면 부유세 형평화 차원에서 과세대상이 부동산에서 모든 수익창출 자산으로 확장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상당히 완화되는 길을 찾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주 고가가 아닌 아파트 등은 임대용 위주로 우선적으로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기는 2024년 총선이나 2026년 지선 이전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주택자인데 아직 집을 정리하지 못한 경우는, 월세 등으로 종부세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면, 급하게 나쁜 조건에 주택 수를 줄일 필요가 있을까?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 아파트를 한 채 더 사서 먼저 임대하다가 추후 자가로 사용할 계획을 가진 사람, 즉 잠재적 다주택자 후보는 실행 시기를 규제 완화 또는 제도 개선 이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