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들어 급격하고 연속적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경기를 급냉시켰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서 그 속도가 느려지며 2023년 중에 인상을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서울과 몇몇 인접지역을 빼고는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하였고,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경감, 취득세 중과 해제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금융 지원책으로 고가주택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2023년 이후에는 부동산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서서히 아파트 매수에 나서도 괜찮겠다 하는 기대가 싹트고 있다.
집값 급등기가 지나고 이제 하락기로 돌아서
2007년 세계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긴 하락을 멈추고, 2013년부터 상승으로 전환된 집값은 COVID-19 팬데믹을 거치며 2021년까지 꾸준히 상승하였으나, 2022년이 되자 갑자기 하락세로 바뀌었다. 같은 해 3월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도 큰 폭으로 따라오르자 부동산 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었다. 거래량이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었고, 급매물을 빼고는 매매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하락하고 있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영끌로 집을 샀던 젊은 세대가 아파트값 하락과 높은 금리부담 때문에 패닉에 빠졌다. 금리 급등에 따른 월세 선호로 전세수요가 줄자 만기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여기저기 빈발하고 있다.
분양시장도 급격히 위축되었다. 오래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둔촌주공재건축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일반분양 청약률이 매우 부진했으며, 이는 당분간 아파트 신규분양 시장을 어둡게 할 것이다. 하물며 지방 곳곳에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현실도 주택수요자의 구매 욕구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아파트 구매할 때 반드시 고려할 2가지 사항
이제 머지 않아아파트 시장의 열기가 식어, 그동안 과열되었던 시장 속에서 구매를 망설이던 수요자들이 그동안 참고 있던 쇼핑을 나설 때가 머지 않아 다가올 것 같다. 아파트를 사고자 하는 동기는 여러가지이다. 자가거주 목적, 임대수익 목적, 그리고 갭투자 목적 등. 이중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고자 하는 것은 엄밀하게는 ‘수익용부동산 투자’의 영역이다. 여기에서는 아파트 구매수요 중에서도 자가거주 목적에 한정하여 다루기로 한다.*
내가 거주할 아파트를 구매할 때 고려할 사항이 무수히 많겠지만, 크게 보면 2가지로 압축된다. ‘어디에 있는 어떤 아파트를 살 것인가’와 ‘언제 얼마에 살 것인가’이다. 입지와 품질을 고려하여 스스로에게 잘 맞는 아파트를 선택하고, 그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요체이다.
(* 임대 목적의 주택 투자에 관해서는 이 블로그에 실린 ‘물건가치 분석에 유용한 부동산 구분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입지와 품질
부동산은 그 위치를 옮길 수 없는 내구성 자산이다. 더구나 자신이 거주하는 집은 쉽게 자주 바꾸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가주택을 구매하는 일은 인생설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우선 직장에 출퇴근하기 위한 편리한 교통여건, 즉 통행거리와 지하철 연결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자녀 교육을 위한 좋은 학군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것들이 기본적 요소라면, 이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한 차원 높은 입지조건도 찾게 된다. 바로 환경이다. 산, 강이나 바다, 공원이 보이는 자연환경도 고려하고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나 교양 수준 등 사회적 환경도 고려하게 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집의 가치를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서는 배후지역에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인구를 모이게 될지도 고려해야 한다. 즉 미래 유망업종 기업이 모이는 입지를 끼고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누구나 이처럼 모든 면에서 우월한 입지를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가 이런 곳에 해당하고, 어느 곳이 장래에 좋은 곳으로 변할 수 있는 입지일까?
매수 시점
요즘에 보듯이 부동산가격은 경제 여건에 따라 급등하였다가 다시 하락하는 등 일정한 cycle을 그리면서 움직이는데 그 변동성이 꽤 심하다. 따라서 매수 대상 아파트가 마음에 들더라도 그것을 사는 때를 잘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때 사면 앞으로 사정이 생겨 도중에 처분할 때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저점에 근접한 가격으로 사면 금전적으로 절약이 되어 가계에 보탬이 되며, 앞으로의 집값 변동에 관한 걱정도 내려놓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집값은 1990년 전후 초 제1기 신도시 분양 및 입주,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0년 전후 서울 등 수도권 대규모 분양 및 입주 등 시장 충격이 있을 때마다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요즘 COVID-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세계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자 또 한차례 큰 충격을 받아서, 우리들 눈 앞에 전국에 걸쳐 집값이 깊게 하락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3∼2024년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끝내고 인하로 전환하는 전환점(pivot point)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인상이 끝나면 주택구매 심리가 되살아나서 집값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오르는 국면으로 바뀔 수 있을까?
앞으로의 아파트 구매 전략
어느 대도시에나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우월한 지역이 있다. 살 집을 정할 때 개개인에 따라 선호하는 입지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따로 있으며 이런 곳은 아파트 값이 다른 곳보다 비싸다. 주택시장에서도 이른 바 J.M.케인즈의 미인주(美人株)이론이 통하는 것이다. 이런 곳은 지금도 살기 좋은 곳이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서울 강남3구, 용산구, 경기 과천, 판교, 대구 수성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입지의 물건은 고가여서 부자가 아닐 경우 진입하기 쉽지 않다. 보통사람은 대신에 앞으로 우월한 입지로 바뀌거나 차선의 우월성을 가질 수 있는 곳에라도 자가주택을 마련하고 싶을 것이다. 이제 그 범위를 좁혀 보자. 먼저 인구가 감소하거나 소멸하는 지역은 절대 금물이다. 배후지역의 산업이나 상권이 쇠퇴하고 있는 곳도 좋지 않다. 다음으로 도시의 변두리, 택지개발지역 또는 신도시 등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피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은 절대적인 인구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텐데 도시가 주변으로 확장될(sprawling) 여지가 있는 경우 부동산의 가치가 저하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주거용부동산 가격의 결정 원천이 희소성이기 때문이다.***
(** 이런 곳은 왠만하면 구매하기보다는 필요한 기간동안 임차하는 쪽이 낫다)
(*** 이에 관해서는 이 시리즈에 실린 ‘주거용부동산의 가격형성 원리’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 자가주택을 마련할 입지를 정했다면 언제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이다. 이번 2022년에 시작된 집값 하락은 이자율의 급격한 상승에서 촉발된 것이다. 수년에 걸친 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급리가 상승하자 부채비율이 높은 아파트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어쨌든 머지 않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하락으로 돌아서면 곧바로 분위기가 호전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금리 급등에 큰 충격을 받아 급락한 아파트 값이 금리가 꺽인다고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오를 때 체감 이자부담이 크다.***** 그런데 반대로 금리가 내릴 때는 체감 이자경감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주택수요의 원상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한편 고금리로 인한 주택대출 부실, 한계기업 도산, 깡통전세 등이 정리되는 기간이 필요하며, 실물 경기가 먼저 회복되어야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할 것이다.
(**** 통상 이자율과 주택가격 간에 통계적 상관성이 높지 않으나, 이번 팬데믹 기간에 벌어진 초저금리와 이어진 금리 급등은 부동산시장에 큰 충격을 미쳤다)
(***** 예를 들어 금리가 3% 저점에서 4%로 오르면 1% 변동에 금리부담이 33%나 늘지만, 10% 고점에서 9%로 내리는 1% 변동에는 금리부담이 10% 만 줄어든다. 실제로 주택대출이자율이 2020년 3.5%에서 2022년 7%로 올랐는데 이로써 체감 이자부담이 2배로 늘어났다. 반대 방향의 경우 체감이자 부담은 50%만 줄어들 것이다)
지난 몇 년 간의 집값 폭등에 자극받은 정부는 앞으로 장기적 수급안정을 위해 25만호+α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또한 빠른 시일 내에 집값이 반등하는 데 지장이 될 것 같다.
이렇기 때문에 이번 주택가격 변동은 앞으로 긴 기간 동안 ‘L__’자 형 침체기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급하게 구매를 서두르기 보다는 자신의 소요시기에 맞춰 적당한 신축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기존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무에 있어서 아파트의 적정가격을 수치적 기준으로 제시하기 어려운데, 이는 수요자의 정성적 판단이 가격결정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구매가격 수준은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을 기준으로 정할 수 밖에 없다. 준거가격은 유사 물건의 최근 실거래가를 뜻하는데, 급매물 가격이라도 특수관계자간 거래가 아니면 이에 해당한다.
(****** 다른 선진국에서 수익용부동산인 임대주택의 임대료에 기초하여 ROI나 price to rent ratio로써 주택의 적정가격을 측정하고 있으나, 월세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의 주택시장에는 잘 맞지 않는다)
금리 상승 멈춘 뒤의 아파트 구매전략
입지 및 품질 | 매수 시기 및 가격 | |
우월한 입지 | 목표하는 지역에서 선호 아파트단지를 2∼3 개로 좁힌다. | 매수 타이밍이 중요. 자신의 소요시기에 맞춰 준거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을 노린다. |
발전 유망한 입지 | 인구 감소ᆞ소멸지역을 피하고, 도시 성숙지 안에서 교통ᆞ학군ᆞ환경과 배후지역의 산업 등을 고려하여 지역을 정한 다음, 그 안에서 선호 단지의 아파트 분양 또는 매수를 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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