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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길게 보면 집값은 어차피 오른다?

by 하얀자작_김준식 2022. 7. 3.

요즘 전문가들이 둘로 나뉘어, 현재 거래량 위축과 가격 하락이 "일시적 조정"이라고 보는 쪽과 "본격적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는 쪽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와중에 페친 한 분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5~7년 오르고 1년 쉬기를 반복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이 쉬어가는 국면이니 남들이 멍청하다고 할 때 과감히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사라고 한다.
어쨌든 이렇게 서로 다른 진단은 수요자들이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알아들을 수 있는 신호"가 아닌 "귀를 멍하게 만드는 소음"에 불과하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수요자들에게 단정적 판단을 주입하는 것보다, 가능한 한 충분한 정황 정보를 제공하여 그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시적 조정이냐 본격적 하락국면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집값이 항상 우상향 추세를 보인다"는 명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먼저 주택 수요는 가구 수의 변동에 의하여 결정되며, 특히 매수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한계수요(구매력을 갖춘 유효수요)를 좌우하는 동력은  대체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로부터 나온다. 바꾸어 말하자면, 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며 또한 집을 살 만한 소득을 올리는가 하는 것이 주택수요를 움직이는 것이다. 한편 이에 대응하여 주택 공급이 작동하게 되는데 그 특성(건설 기간이 길다) 상 반응에 시차(時差)가 발생하여 일시적 수급불균형이 생겨 시장이 교란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에서 "거미집 경로" 때문에 기술적 등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주기적인 추세선 이탈이 생기게 되는데, 굳이 위에 언급한 페친의 주장을 받아들이자면 이 것으로 그 집값 변동이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수요의 근본적 원천인 생산가능인구(내 개인적 견해로 범위를 좁히자면, 30~59세인구)가 줄어든다면 집값이 어떻게 반응할까?

한국의 집값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리고  생산가능인구도 2017년까지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또한 물가 상승과 품질 고급화로 인해 공급원가(분양가격)가 높아진 것도 집값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018년 이후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그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집값은 장기간에 걸쳐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1980년 이후 미국의 큰 경제 위기가 네 차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세계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세계금융위기 때는 그 충격이 매우 커서, 위기 전 2006.06. 고점에서 2012.02. 저점까지 거의 6년 동안 △27%나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강한 복원력을 보여 2022.04.까지 +63%나 상승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집값은 1991년 이후 집값이 내리기 시작하여 18년에 걸쳐 2009년까지 △53%나 하락했다. 이 기간 중에 생산가능인구도 정체를 거쳐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7년 8,700만명을 정점으로 2022.02. 7,400만명까지 감소한 것이다. 일본의 집값 장기 하락을 그냥 정책실패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인구가 1,300만명(약 △15%)나 주는데 집값이 버틸 수가 있을까.

살펴본 바와 같이 집값은 그냥 우상향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으며, 낮아지다가도 어느 수준에 이르면  반등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너무 허약하다. 이 논리는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거나 - 적어도 완만하게 줄어드는 - 상황에서나 유효한 것이다. 예를 들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중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에서나 통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범위를 좁혀 주택구매 중심연령대(30~59세)를 보면  2012년 2,500만명이었지만,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과 함께 2050년 1,50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에는 양질의 일자리나 문화 때문에 유입되는 인구에 힘입어 하락 폭이 제한되거나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 도시는 생산력 감소, 인구 소멸 때문에 집값의 하락은 불가피 할 것 같아 보인다.

2000년 코로나 사태 때문에 각국 정부가 시중에 유동성을 엄청나게 투입한 결과 전세계적으로 부동산은 물론 주식, 채권의 가격도 폭등하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자산의 가격이 낮아지고 부동산의 상승 모멘텀도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 부동산 가격의 유지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유동성이 작아지고 차입비용이 늘어 부동산 가격을 지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코로나 경제 속에서 단기간에 이루어진 상승분(Bubble)은 머지 않아 파열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주택시장의 수요기반이 약해져 집값이 횡보하거나 하강 국면으로 들어면서  구조적인 하락 추세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에 무리하면서 시세차익 또는 임대료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것은 좀 애매하다. 다만 부동산은 투자자산이 아닌, 내구소비재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자기가 살집(a home for  living)은 자신의  재력에 맞춰 적기에 매입하면 된다. 이에 비해 투자 목적(시세차익, 임대사업 등)일 경우에는 길게 보고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때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지나간 하락기를 회고해보면 강남 등 서울 고가주택의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전례가 있다는 것도 고려하시라.

*  거미집 이론.
**  내 블로그 https://finejade.tistory.com/46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