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지난 주 한국은행이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Numbeo의 PIR(Price to Income Ratio)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집값이 비싼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보다 PIR이 높은 국가들도 여럿 있다. 시리아, 홍콩, 스리랑카,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인데, 이들 국가들은 지하경제 비중이 높아 공식 소득의 대표성이 부족하거나 너무 작은 도시국가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이들을 제외하고, GDP 순위 20위 안에 드는 OECD국가, 한국과 비슷하게 1인당 GNI(구매력평가 기준) 4만 달러대에 속하는 나라들과 비교하여 한국의 주택구매력을 평가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와 여러 여건이 비슷한 대만도 비교국가에 추가하였다.
이제 PIR의 측면에서 한국 집값 수준의 적정성을 살펴보자.
“선진 주요국가 중 한국 PIR이 가장 높아”
2023년의 PRI를 비교하여 보면, 단연 한국이 최고(26.0배)이고 대만(20.1배)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나머지 주요 국가들의 PRI는 10배 안팎을 보이고 있다. 즉 가처분소득을 10년 동안 모으면 괜찮은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이나 대만에 비해 훨씬 짧은 기간에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은 단연 중산층이 집 마련하기가 가장 쉬운 나라인데, PIR이 4.5배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5년간 PIR 상승속도도 엄청 빨라”
과거부터 PRI 흐름을 살펴보면 한국의 PRI는 2010년 전후 20배 내외에서 2015년 11배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와 2022년에 거의 30배에 근접했다가 이후 다소 하락했다. 한국과 함께 1인당 4만 달러대 소득 국가들은 시간이 흘러도 PRI가 크게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바꾸어 말하면 집값이 소득과 비례하여 증가하여 국민들이 주택구매 부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는 뜻이다.
특이하게 대만의 PRI도 시기별로 급등락을 보였으나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대만 사람들의 내집 마련이 점차 쉬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PRI는 경제여건이 유사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역사적으로도 2018년 이후 매우 빠르게 높아졌다. 이는 앞으로 PIR이 꽤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앞으로 소득증가 속도 이하로 집값이 낮게 상승하거나 하락을 통해 소득에 걸맞은 수준까지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 해 앞서 한국보다 먼저 정점을 찍었던 대만의 PRI가 낮아지는 추세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리 내려가도 집값 반등은 어려워”
2022년부터 집값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다. 한국만이 갭투자나 영끌에 힘입어 홀로 급상승을 보였던 것이 매우 특이한 현상이었다. 이에 따르는 반작용으로 2022년 중반 이후 급락을 보였는데, 이는 금리가 갑작스럽게 급등하면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큰 폭의 금리 상승에도 다른 나라들의 PIR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리 상승이 주택가격 하락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앞으로 금리 하강 국면에 들더라도 한국의 집값이 크게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국 집값 폭등의 원인이 ‘전세’라는 Leverage와 시세차익을 쫓는 투기였기 때문에, 이 로 인해 벌어진 소득과의 괴리가 적정 수준으로 좁혀질 때까지 집값의 상승 탄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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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mbeo는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을 90㎡ 주택 가격에 대비하여 산출한다. 한국에서는 KB부동산이 PIR을 3분위주택군의 집값을 3분위가계의 명목소득으로 나눈 값을 대표치로 삼고 있지만, Numbeo 데이터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 참고 문헌 :
1) Numbeo.com
2)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9월)
3) 조선일보, “집 사려면 26년 모아야...옆 나라 일본은 10년 걸려”,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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