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한국의 기준금리는 2012.7.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던 중, 코로나 위기 속에는 2020.5. 부터 중반까지 사상 최저인 0.50%까지 낮아진 채로 2021. 중반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21.8. 이 되자 기준금리를 반대로 인상하기 시작하여 2023.1. 에 3.5%가 되었으며, 이후 지금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고 기업의 이자 부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기준금리를 선뜻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행정부 쪽에서 여러 정책적 재정 지원을 남발하고 있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국은행 총재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지경이다. 결국 총선이 있는 내년 2분기쯤 가계부채 문제가 완화되면 기준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짐작된다.
“이자율은 어떻게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나?”
그러면 이자율의 변동은 주택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주택의 수요는 자가수요와 투자수요를 나눌 수 있다. 우선 이자율이 오르면 자가 구입을 위한 차입비용을 늘어난다. 또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기대수익률과 기회비용, 즉 채권ᆞ예금ᆞ대출금리와 비교하여 주택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즉 이자율 상승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이다.
특히 사전분양 받은 미완성주택 분양권이나 재건축ᆞ재개발아파트의 시세는 장래 (예상)매도가격의 현재가치를 낮춤으로써(자본환원율 상승) 당장의 거래(가능)가격이 낮아진다.
한편 주택 공급 측면에서 이자율 상승은 사업비(건설이자) 증가를 초래하고 이는 사업성을 악화시켜 주택 건설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킬 수 있다. 단, 주택 공급의 증감은 회임기간(건설 착수에서 실제 분양까지 걸리는 시간) 때문에 시차(time lag)를 두고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과관계가 현실에서 실제로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여부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금리 내리면 아파트가격 본격 상승 주장”
KB부동산통계에 따르면 2022.7. 을 정점으로 집값이 하락하였는데, 급속한 금리인상에 충격을 받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이후 저점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한 대기수요에 힘입어 집값이 반등하고 있으나, 아직은 정점 가격의 Anchoring**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인상 보다는 인하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것이 세상의 중론이다. 그럼 어디까지 내릴 것이며, 어느 수준에 도달해야 주택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집값이 상승국면으로 전환될까?
원론적으로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결정된다.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지만 한국은행은 한국의 중립금리를 2∼3%로 보고 있다. 경기가 과열되면 기준금리를 높여 투자나 소비를 위축시킨다. 반대로 경기가 위축되면 기준금리를 낮춰 투자나 소비를 진작시킨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3.1. 이후 3.50%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중립금리를 100bp(=1.00%) 안팎 웃돌고 있어 인플레이션 기미가 사라질 경우 인하될 소지가 크다고 본다.
금리가 오를 때 집값이 내렸으니, 앞으로 하락요인이던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다시 지난 고점을 회복하고 그 이상으로 오르는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지, 그 가능성을 따져보자.
금리 상승기에 주택가격 상승이 둔화되거나 하락해야 하며, 금리 하락기에는 주택가격 하락이 완화되거나 상승해야 한다. 그런데 2000.1분기∼2023.1분기에 걸쳐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아파트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런 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 굳이 이런 관계를 억지로 맞추어 보자면 “금리가 2018.2분기∼2020.3분기에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에 힘입어, 시차(time lag)를 두고 2019.3분기∼2022.3분기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였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나중에 따로 논의하겠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아파트가격 상승폭(이격도)과 주택대출금리 수준 사이에 음(-)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유의성이 없어)**** 두 변수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림에서 보듯이 금리가 오를 때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금리가 내릴 때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거나 하락했다.
오히려 제3의 다른 변수인 가구 수, 명목소득, 분양물량, 신규입주물량 등의 변동이 아파트가격 변동폭을 좌우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에 관해서는 추후에 다시 따져 보기로 하자.
“조만간 금리가 내려도 과연 아파트가격이 오를지는 알 수 없어”
이상을 종합하여 판단해볼 때, 앞으로 금리가 하락국면에 진입한다 해도 이것 만으로 아파트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리라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근년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후 금리가 크게 오르자 거꾸로 급락한 현상은 매우 빠른 금리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팽창했던 가격 거품을 터트린 것으로 이해된다. 즉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따른 아파트 가격의 하락 반전이다. 이후 지금까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도 아파트 값이 반등하는 현상을 금리하락의 효과로는 해석할 수 없다. 정부의 주택가격 하락 연착륙 유도(청년을 위한 저율 고정금리 장기대출 등)가 다소 작용하기는 했을 것이나, 큰 관점에서 볼 때 정점가격 대비 큰 폭 하락에 따른 Anchoring effect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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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한국의 금리가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낮아지면 외화가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여 웬만하면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낮은 국가위험도, 강한 성장잠재력, 금융시장의 발전,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의 존재, 높은 외환보유고 등으로, 기준금리는 물론 시장금리 면에서도 해외 요인 보다는 국내 경제상황을 살펴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금융 환경으로 바뀌었다.
** Anchoring effect(닻내림 효과)는, 물 속에 닻을 내려 배가 흘러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것처럼, 사람의 머리 속에 특정 기준이나 이미지가 형성되어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현상을 말한다.
*** 중립금리는,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이고 물가수준이 안정적인 상태(즉,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자금의 공급(저축)과 수요(투자)를 일치시키는 장기 균형 상태에서의 이론적 단기금리를 말한다. 기술적으로는 잠재성장률에 목표(관리)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으로 본다.
**** 2001.12∼2023.3. 분기별 자료의 ‘아파트가격 지수-이동평균선 이격도’와 ‘주택담보대출금리’ 간의 상관계수가 전국 0.8070, 서울 0.7151로써 양(+)의 관계로 나타나, 이론적 기대 관계인 (-)의 상관계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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