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어쩌다 생활형숙박시설이 궁지에 몰렸나?
요즘 언론의 부동산 면을 열어보면,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눈에 띈다. 갑자기 생활형숙박시설(줄여서 ‘생숙’, 외래어 Serviced residence라고도 부름)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금년 10/15부터는 숙박업 등록이 되지 않은 생숙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해마다 이행강제금(공시가격의 10% 상당)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 생숙은 88서울올림픽 때 서울의 그랜드힐튼, 스위스그랜드호텔이 외국인 장기체류자에게 호텔식 서비스를 갖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그 효시이다. 이후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취급하던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행자가 건물을 객실별로 나누어 분양하고, 수분양자들은 이를 운영자에게 위탁하여 숙박업을 영위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달리 각종 세금 혜택을 받는 생숙이 실질적으로는 주택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다주택소유 규제정책 속에서 투기의 피난처라는 논란이 계속되자 2021년에 정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숙박업 등록 의무를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택 또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여야 한다. 그 시행의 유예기간이 2년간인데, 금년 10/14에 종료된다.
“생숙을 주택으로 사용하도록 해달라는 억지”
이런 지경이 벌어지자 생숙을 주거 목적으로 분양 받았던 수분양자나 무리하게 분양했던 개발업체들로부터 이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달라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2021.10. 이전에 분양한 생숙에까지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하는 주장(모 주택연구소, 강모 국회의원), 거주용으로 허용하여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최모 전문가, 김모 교수) 등이 나오고 있으나 다소 무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거주 또는 실제 피해자에 가까운 분들에 대해 구제나 지원 방안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법 지키는 사람은 다 바보냐, 시간이 지나면 합법화해주는 거냐’ 등 형평성 문제가 있어 고민이 많다”고 대응하고 있다.
“정부 부처간 소통부재로 정책의 혼란 초래”
현재 생숙을 관리하는 법제는 3축으로 되어 있다. 건축법(건설교통부 소관), 공중위생관리법(보건복지부 소관), 관광진흥법(문화체육부 소관)에 따라 다층적 규제를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분양된 코업레지던스, 바비앵서울 등 대부분의 분양형 생숙들은 비즈니스호텔 방식의 중장기 숙박시설 성격이었다. 하지만 오피스텔 용도를 변형시켜 만든 탓에 이들 생숙은 호텔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그 결과 2010.4. 대법원은 업무용으로 허가 받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생숙의 영업활동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뒤 분양시장에서 잠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2012.1. 보건복지부가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형 숙박업’을 추가하면서 분양형 생숙이 또다시 살아났고(관련 건축법시행령 개정은 2013.5.) 이후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그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아파트나 주거용으로 쓰는 오피스텔 등에 대해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자, 부동산 수요가 틈새상품인 생숙으로 흘러 들어왔다. 분양형 생숙 시장의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2021.1. 보건복지부가 건물 일부를 사용하는 숙박업의 요건을 강화(30실↑ 또는 연면적의 1/3↑)한 뒤 2021.10. 국토교통부도 이에 맞춰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였다. 이로써 앞으로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 해졌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개발ᆞ분양업자들은 이를 주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들도 이에 동조하는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오해는 관련 부처간 소통 부재와 정책의 엇박자에서 비롯되었다. 법제의 허술한 틈을 노린 개발업자의 준동. 사기(?)에 가까운 분양. 이에 부화뇌동한 단타 투기세력의 합류에 어리석은 실거주 수요자. 이들이 뒤섞여 오늘의 난제를 만들어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생숙의 건축은 건설교통부, 사용 감독은 보건복지부(일부는 문화관광부) 소관이다. 이들의 법제 운영이나 행정행위가 서로 연계되지 않고 따로 움직인 결과가 오늘의 혼란이다. 대체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할 특성의 건축물을 구분건물로 소유자를 달리한 경우 발생할 문제를 관련 공무원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제3자가 보기에는 개발업자들의 로비에 따라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일부러 한눈을 팔고 있었다는 의심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앞서 국토부장관의 고민처럼, 이 문제를 법대로 다루어야 하나? 아니면 난국에 빠진 수분양자(소유자)들을 구제해야 하나? 참 어려운 문제이다.
과거 2000년대에 토지이용 등 각종 특혜를 받아 건설ᆞ분양되었던 노인전용아파트들이 당초 노유자시설로 허가되었으나 추후 공동주택으로 변경된 선례가 있다. 이후 2015년에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제도는 폐지되었다. 이 번에 문제된 분양형 생숙도 개발업자와 수분양자의 사익추구 동기에서 비롯된 기형아이다. 수분양자에게 충분한 규제정보를 감추거나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개발ᆞ분양업자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도 있고, 무리하게 비정상적 이익을 노린 수분양자의 자기 책임도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정부는 2021.1. 이전에 분양 받은 생숙의 숙박업 등록에 종전 기준을 적용하고(소급적용 배제), 소유자들은 조합을 구성하거나 위탁업체에 맡겨 숙박업 등록기준을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쉬운 일이 아니지만 건축기준을 갖춰 오피스텔, 주택 등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하는 일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분양형 생숙과 같은 이런 변칙적 개발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부처간 황적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타 부처에서 버젓이 입법ᆞ시행되고 있는 민생 분야가 자기 부처와 관련이 있는데도 못 본 척해서는 안 된다.
또한 생숙은 물론 부동산 분양과정에서 일어나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수분양자 배상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개발업자의 짧은 생존기간, 열악한 재무능력을 고려하여 ‘불완전판매 피해구제 보험’을 만들어 강제해야 한다. 금융권의 투자상품, 보험에서 시작된 불완전판매 피해구제가 여러 다른 상품ᆞ서비스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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