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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인구구조 변화가 집값에 미칠 영향

by 하얀자작_김준식 2022. 6. 2.

사람이 태어나서 가정을 이루고 사고 자녀를 키운 후 인생을 정리하는 Cycle에서 주택을 적극적으로 새로 매수하거나 다른 주택으로 바꾸는 연령대는 대체로 30대∼50대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이 연령대 인구는 주택 수요 및 집값 등락의 주도적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주택 시장에서 총수요는 모든 가구이며, 총공급은 기존 주택과 신축 주택을 포함한 모든 주택이다.* 또한 총수요에는 매수수요와 임차수요가 포함되며, 이에 대응하여 총공급은 매도공급과 임대공급으로 나뉜다.
(* 가구 외에 주택임대사업자의 공급과 수요가 있으나 종국적으로 주택시장의 수급에 용해되는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무시하기로 한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공급은 한계공급(신축과 타처 이전에 따른 기존주택 공급)이며,  시장을 움직이는 수요는 한계수요(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하는 가구와 타처에서 옮겨오는 대체수요)이다. 시장 안에서 양 측면이 각기 증가 또는 감소하면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주택시장의 작동원리이다. 그리고 이에 참여하는 중심적 선도세력이 30대∼50대 연령층 인구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2019년부터 달마다 주택을 취득하는 새로운 소유주의 연령대별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 통계에서 아파트를 구매하는 연령층을 관찰해보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바와 같이, 30-59세 연령층이 2019.1.∼ 2022.3. 전체 취득자 중 71.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집값을 선도하는 서울 동남권*에서는 무려 79.2%나 된다. 즉, 이들의 수요가 전체 주택시장을 선도함은 물론 집값 등락의 중심 세력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서울 동남권: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한국에서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 연령층의 절대적 숫자는 물론 그 비중이 작아질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주택 취득(매수)의 주축인 30∼59세 연령층을 ‘주택구매 중심연령대’로 보고 향후 이에 해당하는 인구수 변화를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2020년 현재 20~49세가 10년 후에, 10-39세가 20년 후에, 0-29세가 30년 후에 ‘주택구매 중심연령대’가 될 것인데, 이를 현재의 인구분포도로 설명하면 한눈으로 알아보기 쉽다.
그래프에서 ‘주택구매 중심연령대 인구’(이하, 중심인구)는 인구분포곡선 아래 년도별 해당 연령구간의 면적으로 표시된다. 전국적인 중심인구의 변화는, 국가간 인구이동이 제한적이며 커다란 변란이 없는 한 이 그림과 같을 것으로 본다.


점점 심해지는 저출산에 따라 종(鐘)형 인구구조를 가진 한국은 앞으로 계속 총인구는 물론 중심인구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추계에 따르면, 총인구가 2020년을 정점으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총인구가 2000년 4,700.8만명에서 2020년 5,183.6만명까지 늘었으나, 이후 감소하여 2050년에는 4,735.9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 중 중심인구는 2000년 1,983.5만명에서 2014년 2,470.8만명까지 늘었다가 이후 2050년 1,647.1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보다시피 중심인구의 감소가 급격히 이루어질 것이다.
이 중 서울 인구는 2000년 1,007.8만명에서 2009년 1,013.9만명이 되었다가 이후 감소하여 2050년에는 791.9만명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중심인구는 2000년 440.3만명에서 2012년 501.8만명으로 늘었다가 2050년 299.1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 한다.* 통계청은 서울의 중심인구 감소가 좀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 추계인구 : 통계청. 고위ᆞ중위ᆞ저위 가운데 중위추계 시나리오 이용, 여기에는 국제간, 지역간 이동 반영)
최근까지의 중심인구 변화 추이와 아파트가격지수*(이하, 집값지수)를 그림으로 보자.
집값지수는, 중심인구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음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오히려 근년에 들어 그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 아파트가격지수 : KB국민은행. 2019년 1월=100.00 기준)

(* 인구 단위 : 천명)
그러면 앞으로 중심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도 집값지수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주택수요는 기본적으로 중심인구 규모에 따라 좌우되고 구매력은 가계소득 크기로 뒷받침되며, 일시적으로 금융비용의 고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 한편 주택공급은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250만호 건설계획에 따라 크게 늘어날 터이다. 이 같은 수급상황 속에서 집값지수의 상승 기조는 계속될 수 없을 것이다.
(* 주택은 내구소비재이면서 투자자산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향후 자본이익이 기대될 때 금리가 낮으면 수요가 촉진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의 장기간 Data를 살펴보면 그 상관관계가 모호하다. 이에 관해 자세한 내용은 내 블로그 https://finejade.tistory.com/40를 참고하기 바란다)
참고로 2000-2020년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집값지수와 그 결정요인인 중심인구, 가계소득(세대당 명목GDP) 간의 관계를 도출한 다음,* 이에 기초하여 집값지수의 정상적 경로를 상정해보면 2019년 이후에는 집값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했어야 마땅하다.
(* 이들 변수 간의 회귀방정식(분석대상기간 2000∼2020년) :
<전국> P = -65.4891+0.0038ᆞO+0.8642ᆞY / s=4.2749 / R2=0.954
<서울> P = -38.0340+0.0073ᆞO+1.0421ᆞY / s=9.2353 / R2=0.903
여기에서 P : 집값지수, O : 중심인구, Y : 세대당 GDP를 뜻함)
그러나 2020년초 COVID-19 팬데믹 사태가 번지면서 단행된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가파른 금리 하락은 자산가격의 급등을 초래했는데, 이와 함께 집값지수도 이례적으로 큰 폭 으로 상승하였다. 이전까지 집값과 그다지 상관도가 높지 않던 금리수준도 이 위기상황에서 집값지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까?
집값이 가계소득 증가로 뒷받침될 수 있으나 중심인구 감소가 크게 작용하면서 전반적으로 현재 집값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집값지수의 회귀선은 2019년 이후 하강으로 돌아서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집값지수는 정상궤도를 한참 이탈한 수준이어서 중기적 조정도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그 이유이다.
향후 물가나 명목소득이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주택건설이 차질을 빚어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집값의 하강 추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