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현 저 ‘나는 주식 대신 달러를 산다’를 읽고 –
2022.01.31.
달러-원 환율은 비교적 긴 기간에 걸쳐 등락을 반복한다.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이며, 그에 비해 한국 원화는 대체로 대한민국에서 국지적으로 통용되는 주변통화에 불과하다. 더구나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큰 일이 일어날 때에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최근 ‘나는 주식대신 달러를 산다’(박성현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출판, 2021.05.30.)를 읽어보았다. 저자는 미국 달러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사고 파는 행위가 좋은 투자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①달러 가치가 적정수준 아래로 이탈했을 때(즉 미국달러지수와 원-달러환율이 함께 낮을 때) 달러를 사 모았다가 그 반대가 될 때 달러를 매도함으로써 시세차익을 취하며, ②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도 예금 이자나 현지 증권투자 수익을 취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낮을 때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는 것이 관건이다. 환율이 낮다는 것은 원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되어 있거나 달러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달러의 절대적인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불변의 달러 가치를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필자는 미국달러지수(Dollar Index)를 달러화의 절대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다시 말하자면 실전에 있어서 원-달러환율이 충분히 낮아졌을 때 달러를 사되, 이 때 미국달러지수도 함께 낮은 수준에 있어야 좋으며 높은 수준이면 신중하게 진입 여부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간편하게 거칠 수 있게끔 ‘달러 갭 비율’을 고안했다.
- 달러 갭 비율 = 달러지수 / 원-달러환율 x 100
- 현재 달러갭비율이 기준 달러갭비율보다 높을 때 매수하고, 현재 비율이 기준 비율보다 낮을 때 매도한다. -기준 비율은 52주 평균 비율을 권장한다. |
이 거래기준에 따라 거래를 할 때도 단번에 기계적으로 거래하지 말고, 세븐스플릿 방식(seven split system)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달러를 매입한 후에는 목표환율 상승시까지 기다리는 동안 달러표시 금융자산에 투자하여 추가수익을 취하고, 다시 달러를 팔고 원화로 환전한 후에는 국내 금융자산에 투자하여 다시 수익을 취하는 순환과정(cycling)을 반복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 모델에는 몇 가지 결함이 숨어 있다. 먼저 미국달러지수를 구성하는 상대 통화 box(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도 그 가치가 불변이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달러지수는 달러의 절대가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준기축통화들과의 상대 비율에 불과하다. 그래서 미국달러지수를 그저 달러의 절대가치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로 1971년 금태환 포기 조치로 인해, 미국달러는 금(gold)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오랫동안 낮아져 오고 있다. 이 현상이 금의 새로운 공급량이 제한되어 그렇다 치자. 그런데 미국의 GDP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총생산 대비 통화증발 속도가 빨라서 장기적으로 달러의 실질구매력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즉, 금에 비하여 달러 가치는 2006년을 100이라 할 때 2021년에 33.47이 되어 거의 1/3 수준으로 하락하였고, 실질구매력 기준으로는 2006년 100에서 2019년 79.19로 낮아져 20% 이상 약화되었다.
한편 저자는 미국 달러화나 제3의 통화군에 비해 원화의 안정성이 떨어져 달러-원 환율이 달러화를 기준으로 위아래로 크게 변동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약 8년간에 걸친 유럽재정위기가 진정된 이후인 2015∼2021년의 환율과 미국달러지수 흐름을 살펴보면, 달러에 대한 원화의 변동성이 제3의 통화(위에서 말한 준기축통화)에 비해 특별히 크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점들을 살펴보면, 달러-원 환율은 미국금융위기 이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아래위로 주기적으로 변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국달러지수도 2015년 이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원화와 제3의 통화군 사이에도 안정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원화가 미국달러에 비해 가치가 낮아진다고 볼 수 없으며, 달러의 절대가치를 미국달러지수에 견주어 파악할 수도 없다. 그리고 미국의 달러 증발 속도가 미국 총생산 증가 속도를 넘어섬으로써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완만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 볼 때, 미국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임에 틀림없으나, 맹목적으로 안전통화 또는 무위험 피난처(risk-free heaven)라 단정할 수 없다. 원-달러 환율 투자, 즉 달러 투자는 각기 통화의 변동성의 수렴 또는 확산을 이용하여 그 차액을 노리는 방식으로 행해지는 것이 맞다.
또한 이에 앞서 손익을 결정 짓는 기준통화를 어떤 것으로 삼느냐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통상 한국 거주자는 원화를, 미국 거주자는 달러를 기준통화로 삼게 될 것이다. [※ 저자는 원화를 기준통화로 삼지만 달러-원 환율이 기대보다 크게 떨어져 달러의 원화 평가액이 낮아지더라도 “미국 이민을 가서 그 나라에서 쓰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하면 편하다고 하나, 이렇게까지 생각하면 투자의 기준이 흔들리게 되므로 결코 좋은 자세(stance)라 할 수는 없다.]
이 책의 내용을 숙지하고 역사적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달러 투자를 보는 내 견해는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달러환율이 장기적인 추세선의 아래ᆞ위로 움직이므로 환율의 하단 근처에서 달러를 사서 상단 근처에서 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추세선은 12월(52주) 이동평균으로 파악한다. 실제환율-이동평균 간 편차의 크기에서 상단과 하단을 추단한다. 참고로 2010년 이후의 달러-원 환률의 추세선과 편차를 살펴보자. 그래프에서 보듯이 환율은 1,000∼1,250원 범위내에서 등락을 거듭해왔으며, 편차는 대체로 -50∼+50원 사이에 있다. 20여 년 동안 편차가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경우는 2∼3회에 불과하다.

이로부터 달러 투자의 기준을 도출할 수 있다. 달러의 매수 시점은 ‘이동평균-50원’ 하락선 내외로 하고 매도 시점은 이동평균+50원 내외로 하는 것이 좋다. 이에 더하여, 세계적으로 또는 한국이나 미국에 갑작스런 이변이 생길 경우에는 미국달러지수를 참고하거나 예상 진폭을 넓혀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 원-달러 환율의 장기추세선 : 12월(52주) 이동평균
- 현재 환율이 이동평균보다 -50원 내외 낮을 때 매수하고, 현재 환율이 이동평균보다 +50원 내외 높을 때 매도한다. - 국제적 또는 국내적 이변이 있을 경우 진폭을 넓혀 대응한다. |
한편 달러의 매수 및 매도에 관해서 세븐스플릿(seven split system)은 상당히 실용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바꾸어 말하면 탄력적인 분할매수 분할매도 전략이다. 이는 투자자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여 초기에 적극적으로 매수에 진입할 수 있게 하고 처분시에도 여유있게 수익을 챙길 수 있게 해주는 전략이다.
한편 달러 매수 후 매도 때까지 보유기간 중에는 달러화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저자는 외화예금이나 달러화 ETF에 맡겨 둘 것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ETF 중에서는 미국에 상장된 월 배당 ETF를 권하고 있다. 월 배당 ETF 중에서도 우선주 ETF, 채권 ETF, REITs ETF 등 시세 변동성이 낮은 것이 좋을 것 같다.
[※ 이 밖에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달러표시 금(gold) ETF나 현물 투자를 시도해볼 것도 추천한다. 그 이유는 금이 공급량이 한정된(희소성이 있는) 실물자산으로서 가치 보존성이 미국달러에 비해 장기적으로 월등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기에 따라 금 가격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시세의 방향성이 명확한 경우에만 진입해야 한다는 점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끝으로 ‘나는 주식대신 달러를 산다’(박성현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출판, 2021.05.)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달러 투자에 필요한 여러가지 기초지식과 요령을 충실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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