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세상 돈 세상]
1학년 교실이 비었다
한국의 저출산 여파가 심상치 않다. 2017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입학생수가 40만명 미만일 것이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6년생은 40.1만명이었다. 앞으로 유년인구가 줄어들면서 2027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2020년생은 27.2만명에 불과하다. (매일경제, 2023.12.03.)
오래 전부터 초등학생이 쓸 학용품ᆞ교육재료를 학교에서 나눠주고 있다. 옛날에 번창하던 학교 앞 문방구는 이제는 소소한 장난감이나 군것질거리를 팔면서 연명하고 있다. 그나마 학생수가 현격히 줄면서 해가 지남에 따라 폐업하는 곳이 부지기수이다.
빨라지는 유년인구 감소 추세
초등학교 입학생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출산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기 때문이다. 이미 현재 5∼9세 인구가 20년 전에 비해 6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현재의 70% 미만으로 그 수가 줄어든다. 유년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유년인구의 감소는 유아용품이나 보육서비스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유아용품 시장이 양적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들이 줄어든 자녀에게 지원을 집중함으로써 ‘골드키즈’(gold kids) 풍조가 확산되었고, 유아용품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가 되었다. 옷이나 장난감도 백화점에서 사주고, 유모차나 놀이기구도 수입 명품을 사주니 그럴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들어 영유아보육정책이 강화되면서 급격히 늘었던 ‘어린이집’도 그 수가 현격히 줄고 있다. 한 때 열풍이 불던 민간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은 이제는 찾아보기 쉽지 않고, 경쟁이 치열하던 국공립어린이집도 아이를 맡기기 쉬워졌다.
학교 주변의 변화
앞서도 언급했지만 요즘 학교 주변에 문방구점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교문 앞에 즐비하게 늘어섰던 점포들이 이제는 한 곳 정도 남아 있다. 그 대신 깔끔한 편의점이 그 자리를 대신해 옛날 교문 앞 풍경이 아니다. 이제 학생들의 소비성향도 고급화한 것이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어린이들은 앞으로 12년 뒤에는 대학생이 된다. 그 때쯤 되면 지방출신이거나 통학거리가 긴 학생들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학교 등의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대학가 주변의 원룸 임대사업자들의 시장이 좁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를 예견한 주변 집주인들이 2017년에 대학교 기숙사를 짓지 말도록 공사를 방해하거나 지자체나 지방의회에 민원을 넣는 사례가 여럿 발생하여 그 뒤로 기숙사 건립이 주춤해지기도 했다.
한편 지금도 대학가 원룸들은 기숙사보다 열악한 시설임에도 높은 임대료와 보증금을 받고 있어서 학생들의 원성과 불만을 사고 있다. (JTBC뉴스, 2023.2.2.)
그럼에도 도도한 학생수 감소 흐름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자들의 사업 환경을 현격하게 바꿀 것이다. 내국인 학생을 서울로 뺏기는 지방 소재 대학은 학생의 절대수가 줄어 주변 원룸 임대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고 음식점ᆞ서비스업 또한 수요가 위축될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우는 좋은 환경에서 자란 내국인 학생들이 기숙사에 머물거나 주변 고급화된 주거시설을 찾을 것이다.
대학 주변 사업자들도 인구 변화에 잘 대처해야
사실 한국의 어리고 젊은 인구가 줄면서 사회의 여러 분야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여기에서는 초등학교 취학아동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 10년 뒤에 대학생이 크게 줄어들 때 주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지방 대학 주변은 임대업, 요식업,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관련된 분들이 많이 고민하고 대책을 세웠겠으나 그에 대한 결단을 미룰 여유가 길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서울 소재 유명대학은 사정이 나아 학생수 감소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대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주거는 물론 음식, 서비스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미리미리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맞춰 잘 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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