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RB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시장금리”
지난 9/21에 미국 FRB가 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그러면서 제롬 파월 의장이 내년까지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매파적 발언을 했다. 가까운 미래에 금리인하 쪽으로 국면 전환을 기대하던 금융시장에 실망을 던졌다.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주식,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달러 환율이 상승하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로 상대적으로 낮아서 미국의 금리 향방에 한국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앞으로 미국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거나 오른다면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준금리 VS 시장금리”
보통 기준금리는 시중은행과 중앙은행(발권은행)간의 콜금리이다. 시중에서 무위험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다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 대출수요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무위험금리보다 높으면 시중은행은 굳이 대출을 하지 않고 여유자금을 중앙은행에 맡기는 편이 유리하며, 이 경우 시중으로부터 중앙은행으로 자금이 흡수된다.
대표적인 시장금리는 무위험금리인 국채금리이다.
“한국과 미국은 금리 구조가 다르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를 대비해 보면서 금리 구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은 2023.03. 중순부터 시장금리보다 높게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으로부터 자금을 빨아들이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경기 호황에 따라 고용이 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서, FRB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시장금리를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면서 달러가치도 함께 높인다.
한편 한국은2023.01.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높인 뒤 지금까지 변동이 없다. 그런 가운데 2023.05. 중순부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넘어선 뒤부터 계속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시장금리보다 낮게 기준금리를 묶어 두고 있는 것은 시중에 자금을 풀어 시장금리 상승을 막거나 끌어내리려는 의도이다. 좀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함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입으로 가계부채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만, 손으로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에 낮은 금리로 많은 자금을 풀리도록 완화적 금리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스탠스를 볼 때 기준금리를 시장금리보다 높게 인상하여 능동적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금년 들어 불붙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때를 놓쳤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어”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를 보면, 기준금리끼리 1.75∼2% 차, 2년물국채 수익률끼리 1.5250% 차, 10년물국채 수익률끼리는 0.4430% 차가 난다. 실질적으로 외화의 흐름과 환율을 바꾸는 잠재력을 가진 금리차는 기준금리가 아니고, 시장금리이다. 어디까지의 금리차가 한국 내 외화수급 균형을 유지하고 달러환률을 1,300원대에서 지킬 수 있는 인장한계(tensile limit)인지 불확실하다. 그러니 한국은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위에서 살펴본 금리 구조에 비추어, 앞으로 미국의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경우 한국은 그 상승폭 이내에서 금리를 조정하겠지만 시장금리(국고채 수익률)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미국의 긴축정책 효과에 따라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저속성장 국면에 든 한국도 그에 맞춰 기준금리를 먼저 인하하여 경기 호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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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단금리 5.25%는 역Repo금리, 상단금리 5.5%는 초과지준금리.
** 자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국고채 10년물 수익률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데 그럴 경우 이미 상승세에 있는 시장금리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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